[인터풋볼] 축구의 꽃은 역시 골이다. 그리고 그 뒤에 따르는 화려한 골 세리모니는 팬들을 열광하게 만든다. 그러나 득점 장면은 혼자 만들어지지 않는다. 골 장면 뒤에는 팀 동료의 결정적인 패스와 움직임이 있었다. 빅 매치의 숨은 1인치와 결정적인 장면을 '정지훈의 트루패스(True Pass)'에서 '스루패스'처럼 속 시원하게 풀어낸다. [편집자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17일 자정(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2017-18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5라운드 에버턴과 홈경기에서 1골 1도움을 올린 라카쿠의 활약에 힘입어 4-0 대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맨유는 리그와 챔피언스리그를 포함해 6경기 무패(5승 1무)행진을 질주했고, 승점 13점으로 맨체스터 시티와 함께 공동 선두에 올랐다.

폴 포그바가 없는 첫 경기였다. 지난 시즌 당시 세계 최고 이적료로 맨유의 유니폼을 입은 포그바는 이후 꾸준한 활약을 펼치며 맨유의 중원을 든든하게 책임졌다. 포그바는 지난 시즌 리그와 컵대회를 포함해 총 51경기에 출전했을 정도로 맨유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자리 잡았다.

잠시 쉼표가 생겼다. 지난 시즌부터 거의 전 경기를 출전하던 포그바가 지난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1차전에서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고, 최소 한 달 이상 결장할 것으로 보인다. 맨유의 입장에서는 큰 타격이었지만 주제 무리뉴 감독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맨유의 중원은 강하다고 밝히면서 포그바의 공백은 없을 것이라 단언했다.

무리뉴 감독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맨유는 포그바가 없는 첫 경기에서 마티치, 마타, 펠라이니를 중심으로 중원을 구축했고, 결국 4-0 대승을 거뒀다. 여기에 후반에는 에레라까지 투입하며 안정적인 경기를 이끌었고, 벤치에는 ‘베테랑’ 캐릭까지 있었다. 물론 포그바의 공백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맨유는 ‘결과’를 만들었고, 다양한 방법으로 포그바의 공백을 지웠다.

[매치 포인트] 포그바 없는 맨유, 마티치-펠라이니 중원 가동

포그바가 없는 첫 경기. 무리뉴 감독은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택했다. 일단 첫 번째 선택은 분명했다. 바로 마티치. 이번 시즌을 앞두고 첼시에서 맨유의 유니폼으로 갈아입으며 연일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마티치를 중앙 미드필더로 배치하는 것은 당연했다. 남은 자리는 한 자리. 무리뉴 감독의 선택은 에레라와 캐릭이 아닌 지난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펠라이니였다.

이유는 분명했다. 포그바가 없는 상황에서 수비적으로 안정감을 가지고 가는 것이 유리했고, 공격은 루카쿠, 미키타리안, 래쉬포드를 중심으로 풀어 가면 됐다. 하나의 문제가 남았다. 바로 플레이메이커. 만약 만능 미드필더 포그바가 있었다면 조금은 다른 선택이 있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무리뉴 감독은 오른쪽 측면에 플레이메이킹이 가능한 마타를 배치해 패스로 경기를 풀어갈 수 있도록 했다.

측면 수비수들의 공격력도 중요한 경기였다. 이날 에버턴은 맨유의 안방이라는 것을 감안해 3백을 들고나왔고, 맨유에 공간을 내주지 않겠다는 확실한 목표를 세웠다. 여기에 최근 수비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에서 3-4-3 포메이션을 사용했다. 맨유의 입장에서는 에버턴의 3백을 뚫기 위해서는 중앙 지향적인 래쉬포드와 마타가 침투할 때 좌우 측면 수비수들이 과감하게 오버래핑하는 것이 중요했고, 이에 공격력이 좋은 영과 발렌시아를 배치했다.

무리뉴 감독의 승부수가 적중했다. 경기 초반 분위기를 이끈 것은 마티치, 영 그리고 발렌시아였다. 이전 경기보다는 조금 더 전진 배치된 마티치가 공격 진영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동시에 압박을 시도했고, 때로는 과감하게 침투했다. 여기에 드리블 돌파와 슈팅력이 좋은 영과 발렌시아가 과감하게 올라가며 공간을 만들었다.

결국 마티치와 발렌시아가 선제골을 합작했다. 전반 4분 영의 패스를 받은 마티치가 반대편에 비어있는 발렌시아를 향해 패스를 내줬고, 이것을 발렌시아가 환상적인 아웃프런트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이른 시간에 선제골을 기록한 맨유는 이때부터 경기의 주도권을 완벽하게 잡으며 에버턴의 수비를 흔들었다.

[매치 분석①] 포그바가 없는 맨유, 조금은 무뎌진 역습과 전개

맨유가 이른 시간 선제골을 기록하면서 주도권은 확실하게 잡았다. 그러나 어딘가 부족했다. 문제는 3선과 2선에서의 세밀한 패스플레이. 만약 포그바가 있었다면 3선과 2선을 오가며 패스를 뿌려주고, 침투하고, 받아주는 역할을 했겠지만 펠라이니는 이런 면에서 조금은 부족했다. 오히려 마티치가 수비, 빌드업, 침투 등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면서 제몫을 다했지만 포그바의 공백은 확실히 있었다.

포그바의 역할을 모두가 조금씩 나눠서 하다보니 맨유도 틈이 생겼다. 마티치는 온전히 수비에 신경을 쓰지 못했고, 영과 발렌시아도 조금씩 공간을 내줬다. 반대로 에버턴의 역습은 날카로웠고, 특히 맨유의 레전드 루니의 경기력이 인상적이었다. 전반 20분 마르티나가 오른쪽 측면을 허물어 패스를 시도했고, 문전에 있던 루니가 논스톱 슈팅으로 가져갔지만 골문을 벗어났다. 이후에도 루니는 올드 트래포드가 자연스러운 듯 가벼운 움직임을 보이며 에버턴의 공격을 진두지휘했다.

반면, 맨유는 선제골 이후 답답했다. 이번 시즌 맨유의 최대 강점은 속도 넘치는 역습 그리고 세밀한 패스플레이였지만 포그바가 없으니 마지막 패스에서 세밀함이 떨어졌고, 덩달아 역습 속도가 줄었다. 물론 루카쿠, 미키타리안, 래쉬포드의 침투 속도는 여전히 좋았지만 중원에서 연결되는 패스의 질이 최상은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맨유는 전반에 수차례 찬스를 잡았지만 날카로움이 떨어졌고, 전반만 놓고 보면 포그바의 공백은 분명하게 있었다.

[매치 분석②] 무리뉴의 용병술은 환상적이었다

1-0 리드. 완벽한 승리를 위해서는 추가골이 필요했다. 그러나 맨유의 공격은 아주 날카롭지 않았고, 설상가상으로 루카쿠가 완벽한 찬스를 놓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만약, 에버턴이 날카로운 역습을 통해 만회골을 기록한다면 경기 흐름이 바뀔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때 맨유에는 월드클래스 데 헤아가 있었다. 데 헤아는 후반 초반 루니의 슈팅을 막아냈고, 이후에도 수차례 찬스를 선방하며 맨유의 무실점을 이끌었다.

무리뉴 감독의 용병술도 인상적이었다. 무리뉴 감독은 래쉬포드가 계속해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후반 16분 린가드를 대신 투입해 측면의 속도를 높였다. 곧바로 찬스를 잡았다. 후반 17분 픽포드의 패스가 부정확했고 이를 받은 마타는 돌파를 시도했지만 파울에 막혔다. 좋은 위치에서 프리킥을 얻은 맨유는 마타가 슈팅으로 연결했으나 골대에 막혔다.

무리뉴가 다시 한 번 승부수를 던졌다. 후반 32분 에레라를 투입하며 중원의 안정감을 가져가는 동시에 중원 지역에서 세밀한 패스플레이가 이뤄질 수 있도록 했고, 결국 맨유가 연달아 세 골을 터뜨리며 완벽하게 경기를 지배했다. 특히 에레라가 투입되자 중원에서 볼 배급이 좋아졌고, 중원 지역에서 유기적인 플레이가 나왔다.

결국 해결사는 루카쿠였다. 후반 37분 루라쿠가 역습 상황에서 정교한 패스를 연결했고, 이것을 미키타리안이 마무리했다. 그동안 어시스트만 하던 미키타리안이 득점을, 도움을 받던 루카쿠가 도움을 기록했다. 이어 후반 45분에는 린가드의 패스를 받은 루카쿠가 문전에서 마무리하며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다. 이후 무리뉴 감독이 투입한 마르시알이 완벽한 개인기술로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직접 마무리하며 경기에 마침표를 찍었다.

[매치 분석③] 축구에서 잦은 실수는 패배를 의미한다

축구에서 잦은 실수는 패배를 의미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판이었다. 에버턴은 이날 공격적인 맨유를 맞이해 3백 카드를 꺼내들었고, 킨-윌리암스-자기엘카가 3백을 구성했다. 그러나 주 포메이션은 아니어서 그런지 경기 초반부터 잦은 실수를 범했다. 특히 전반전에 킨이 치명적인 실수를 했는데 만약 루카쿠가 이것을 살렸다면 사실상 경기는 그때 끝날 수도 있었다.

결국 에버턴의 실수가 맨유의 추가골로 만들어졌다. 맨유의 두 번째 골을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실수가 얼마나 치명적인 것인지, 그리고 맨유는 두 번의 실수는 놓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다. 특히 루카쿠의 클래스가 빛났다. 앞서 찬스를 놓친 루카쿠는 이번에는 이타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상황을 자세히 보면 첫 번째 실수는 윌리암스였다. 에버턴의 중앙 수비수 윌리암스가 중앙에서 패스 미스를 범했고, 이것이 압박하던 펠라이니 발을 맞고 루카쿠 쪽으로 향했다. 루카쿠는 곧바로 속도를 살려 침투했고, 이때 수비수들이 루카쿠에게 공간을 내주지 않기 위해 달려들었다. 만약 루카쿠가 욕심을 내 슈팅을 했다면 실패할 확률이 더 높았지만 루카쿠는 두 번의 실수를 범하지 않았고, 왼쪽 측면에서 침투하던 미키타리안에게 패스를 연결했다. 이후 미키타리안이 정교한 논스톱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인상적인 골 장면이었다. 그동안 맨유는 미키타리안이 만들고, 루카쿠가 마무리하는 장면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정반대였다. 한 마디로 다른 공격 옵션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장면이었고, 이후 루카쿠는 문전 혼전 상황에서 집중력을 발휘하며 추가골까지 기록했다. 또한, 교체 투입된 마르시알도 클래스를 보여주며 페널티킥을 성공시켰는데 맨유의 모든 공격진이 행복한 하루를 완성했다.

[매치 스타] 로멜루 루카쿠+네마냐 마티치

MOM: 루카쿠

경기기록: 풀타임, 1골 1도움, 슈팅 4(유효슈팅 2), 패스성공률 68.8%, 키패스 1, 볼터치 33, 파울유도 1, 크로스 1, 평점 8.33

영국 축구 통계 전문 매체 ‘후스코어드닷컴’이 선정한 경기 최우수 선수(MOM)는 루카쿠다. 아무래도 통계 위주로 평점을 부여하다보니 1골 1도움을 올린 루카쿠가 MOM으로 선정됐다. 물론 전반전의 결정적인 찬스를 놓친 것은 아쉬움이 남지만 후반 막판 보여준 이타적인 플레이와 정교한 마무리 능력은 이 선수의 장점을 보여준다. 처음에는 비싸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이제는 ‘헐값’이라는 평가다. 그만큼 이적하자마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고, 리그 5골로 아구에로와 함께 득점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다.

언성히어로: 마티치

경기기록: 풀타임, 1도움, 슈팅 1, 패스성공률 90.4%, 키패스 1, 볼터치 99, 공중볼 1, 파울유도 1, 드리블 1, 태클 2, 클리어링 1, 가로채기 3, 패스 83, 롱패스 13(성공 9), 평점 7.95

개인적으로 이번 경기의 MOM은 마티치다. 포그바의 공백을 너무나도 잘 메워줬기 때문. 기록만 봐도 알 수 있다. 풀타임을 소화하며 1도움을 기록한 것은 물론이고, 패스성공률 90.4%, 키패스 1, 볼터치 99, 드리블 1, 태클 2, 클리어링 1, 가로채기 3, 롱패스 13(성공 9) 등 공수 모두에서 만점활약을 펼쳤다. 특히 중원 장악력은 최고였고, 자신이 수비만 하는 선수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다.

[매치 리액션] 무리뉴 감독, "이번 시즌 우리의 최고 퍼포먼스"

에버턴 로날드 쿠만 감독: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줬지만, 이 경기에 대한 두려움을 털어내지 못한 것 같다. 어쩌면 이것이 우리의 정상적인 출발일 수도 있다. 감독들은 모두 의문을 품고 살아간다. 이기지 못했을 때 ‘왜’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야 한다. 미키타리안이 잉글랜드 무대에 적응하기까지 1년 정도의 시간이 주어졌다면, 우리 팀에 합류한 8명의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적응하는 데 1년 정도의 시간을 줘야할 것이다. 압박하는 것을 멈춰 달라. 우리는 지금 승리가 필요하다. 자신감을 키우는 특효약이기 때문이다

맨유 주제 무리뉴 감독: 아주 좋은 경기를 했다. 특히 전반 30분에서 35분 사이는 이번 시즌 우리의 최고 퍼포먼스였다. 우리는 에버턴을 압박했고 그들은 기회를 잡지 못했다. 심지어 슈팅도 못 했다. 정말 인상적이다. 후반에 퍼포먼스가 떨어졌다고 생각했을 때 에레라를 투입해 견고하게 했다. 두 번째 득점이 그 과정에서 나왔다. 맨유 역사에 크게 공헌한 루니가 환영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여기가 루니의 집이고, 언젠가는 다시 돌아오리라 믿는다.

맨유 로멜루 루카쿠: 전반에 우리는 더 많은 골을 넣을 수 있었다. 우리는 충분하지 못했다. 에버턴은 미드필더에서 문제점을 만들었다. 무리뉴 감독은 하프타임 우리에게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말해줬다. 내 골은 또 다른 득점이었고, 나는 굉장히 승리에 대해 행복했다. 프리킥을 놓친 것에 대한 정감 어린 농담의 의미였다. 우리는 우리의 상대를 보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에게 집중할 뿐이다. 우리는 오늘보다 더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글=정지훈 기자

사진=게티 이미지, 스포티비 중계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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