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제주] 서재원 기자= 수원 삼성의 푸른 유니폼이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데얀(36)의 적응력은 기대 이상이었다. 그는 벌써 수원의 밝은 미래를 기대하고 있었다.

데얀은 역시 데얀이었다. 팀에 합류한지 2주밖에 되지 않았지만 금세 수원맨이 돼 있었다. 수원 유니폼에 대한 이질감은 없었다. 22일 오후 제주에 위치한 수원의 숙소에서 만난 데얀은 자신의 트레이닝복과 수원 앰블럼을 가리키며 “자이크로 좋아요”라고 먼저 농담을 쳤다. 마치 수원에서 몇 년 뛴 선수처럼 보였다.

정말 빠르게 수원에 적응하고 있었다. 서정원 감독조차 “생각했던 것보다 성격도 좋고, 적극적이다. 선수들과도 너무 잘 어울린다. 기존 선수들도 ‘너무 편하다’고 할 정도다. 역시 프로라는 생각이 든다. 마치 몇 년 함께한 선수처럼 느껴진다”고 데얀의 적응력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는 데얀 스스로도 느낀 부분이었다. 푸른색에 대한 어색함이 사라졌냐는 첫 질문에 “처음에는 다소 어색했지만 점차 나아지고 있다. 선수들뿐만 아니라 코칭스태프 모두가 잘 받아줬기에 잘 적응 중이다. 오히려 최근 몇 년 동안 이 팀에서 뛴 느낌이다”고 적응에 자신감을 보였다.

붉은 데얀이 아닌 수원의 푸른 데얀. 그는 벌써부터 수원과 장밋빛 미래를 그리고 있었다. 수원에서의 목표에 대해 자신 있게 말했다. 데얀은 “만약 내가 15골 이상을 넣는다면 우리 팀이 챔피언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수원은 우승의 조건을 갖춘 팀이다. 스스로 증명하고 싶다. 수원이 10년 만에 우승을 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데안 인터뷰 일문일답]

- 파란색에 대한 어색함은 사라졌나?

처음에는 다소 어색했지만 지금은 나아졌다. 선수들뿐만 아니라 코칭스태프 모두가 잘 받아줬기에 잘 적응 중이다. 오히려 최근 몇 년 동안 이 팀에서 뛴 느낌이다.

- 짧게 경험한 수원에 대한 느낌은 어떠한가.

매우 좋다. 수원이 어떤 팀인지 잘 안다. 그와 동시에 책임감도 크다. 프로 선수라면 이러한 책임감을 당연히 가져야 한다.

- 서정원 감독에 대한 느낌은?

정말 좋은 사람이다. 한 3년을 함께 일한 느낌이다. 항상 도와주려고 노력한다. 먼저 다가와 말을 걸어주고 내 상태를 걱정해준다. 과거 최용수 감독님과 함께 했을 때의 느낌을 자주 받는다. 지난해에는 이러한 점이 그리웠다.

- 혹시 최용수 감독에게 연락은 받았는가.

물론 받았다. 처음에 이곳에 왔을 때 모두가 놀라워했다. 많은 한국 팬들도 그렇게 느꼈을 거라 생각한다. 아마 (K리그에서) 잊을 수 없는 일이었다고 본다. 많은 연락을 받았지만, 바로 답장해주지 못했다. 내가 지금 처한 상황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이해해줄거라 믿는다.

- 축구화 스터드 부분에 푸른색이 인상적이었다.

10년 동안 같은 브랜드의 축구화를 신었다. 다양한 색깔의 축구화를 제공해준다. 서울에 있었을 때도 붉은색, 흰색, 푸른색, 노란색 등을 지급 받았다. 지난해까지는 경기장에서 붉은색을 주로 신었다. 물론 이번 시즌에는 푸른색과 흰색을 신을 것 같다.

- 친화력이 좋다고 소문이 났다. 수원에 와서 바뀐 부분인가.

내 스스로를 바꿀 수는 없다. 좋은 사람이 돼야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염기훈을 비롯한 수원 선수들이 먼저 다가와 말을 걸어줬고, 그 부분 때문에 쉽게 적응하고 있는 것 같다.

- 수원 입단 후 첫 인터뷰에서 15골 이상을 목표로 한다고 했다. 서정원 감독은 20골 이상도 넣을 수 있는 선수라고 평가했는데?

만약 내가 15골 이상을 넣는다면 우리 팀이 챔피언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주변에 다른 선수들도 많은 골을 넣어줘야 가능한 일이다. 무엇보다 프리시즌임에도 팀이 잘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팀은 공격을 추구한다. 내가 골을 많이 넣을 수 있는 팀이라는 느낌이 든다. 몇 골을 넣겠다고 말하는 것 보다는 남들보다 실수를 적게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 현재 수원 시스템에서 누구와 제일 잘 맞는가.

선수들을 이해하고 호흡하기 위해선 시간이 더 필요하다. 그라운드에서도 더 편안함을 느낄 수 있게 서로 노력해야 한다. 지금까지 모든 선수들이 내게 믿음을 보여줬다. 첫 경기부터 모두가 내게 패스해주려 노력하는 것을 보고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 1년 전 데얀과 지금의 데얀의 차이점은?

다를 수밖에 없다. 서울에선 항상 같은 루틴으로 프리시즌을 준비했다. 자동적으로 몸이 움직일 정도였다. 하지만 여기에선 환경이 바뀌었고, 그에 따라 야망이 더 커진 것 같다. 동기부여도 확실하다. 수원이라는 큰 팀이 오랫동안 우승을 못했다.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내 스스로도 수원이 10년 만에 우승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 수원이 오랫동안 우승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 10년간 적으로 수원을 봤을 때, 그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다른 팀이 더 좋았다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내년에는 전북과 서울과 같은 팀들이 그렇게 말하길 바란다.

- 수원이 우승의 조건을 갖췄다고 보는가?

지금까지 봤을 때, (우승에) 모든 조건을 갖췄다. 내가 생각하는 우승의 조건은 경험, 젊음(어린 선수), 투지, 분위기 등이다. 특히 분위기가 중요하다. 나를 제외한 10명의 선수들이 나를 위해 뛰는 팀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나 역시 동료를 위해 뛸 수 있는 팀이다. 팀 분위기가 정말 좋다. 전지훈련에 있는 동안 동료들이 매일 나를 카페로 끌고 간다. 어린 선수들도 영어와 한국어를 섞어가며 나와 대화를 하려 노력한다. 정말 대화를 많이 나누는 팀이다.

단, 아직 시즌이 시작되지 않았다. 섣부른 판단보다는 플레이오프부터 첫 경기를 신중하게 치러야 한다.

- 등번호 10번을 되찾은 점에 만족하는가.

9번에 대한 불만은 없었다. 하지만 서울에서 10번을 오래 달았다. 이는 베이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10번이 더 친숙하다고 할 수 있다. 베이징에서 서울로 돌아왔을 때, 그 번호의 주인이 있었다. 전혀 문제가 없었고,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도 않았다. 오히려 9번을 달고 우승을 차지했을 만큼 추억도 있다. 하지만 10번이 친숙한 것은 사실이다.

수원은 내게 선택의 기회를 줬다. 나에 대한 믿음이라고 생각한다. 수원에서 10번을 달았기 때문에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다.

- 수원에서 첫 경기와 슈퍼매치 중 어떤 경기가 더 기대되는가?

시즌 첫 경기부터 마지막 경기까지 모든 경기가 내게 똑같다. 첫 슈퍼매치는 당연히 어색함이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를 생각할 여유가 없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ACL 첫 경기다. ACL에 진출하면 우리가 어떤 포지션에 있을지도 생각해야 한다.

- 수원에서 누구와 잘 지내고 있는가?

나이 때문인지 염기훈, 조원희, 곽광선, 양상민 등 고참 선수들이랑 자주 어울린다. 이들은 팀의 심장과 같은 선수들이다. 정말 좋은 친구들이다. 먼저 다가와 ‘형’이라고 인사해준다. 물론 어린선수들도 잘 도와준다.

외국인 선수들의 경우, 내 스스로가 좋은 예시가 되길 바란다. 과거 샤샤가 그랬던 것처럼 나도 K리그에서 다양한 팀을 거치며 경험을 쌓았다고 본다. 어린 스트라이커들에게는 좋은 충고를 해줄 수 있는 선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지난 시즌에도 25개의 공격포인트를 올렸다. 그 노하우를 전수해 줄 수 있다.

- 수원에서 어떤 이미지로 기억되고 싶나.

솔직히 말해, 나는 서울은 물론이고 K리그에 역사라고 생각한다. K리그에서 좋은 역사의 일부로 기억되고 싶다. 나는 수원의 레전드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단지 좋은 선수로 기억되길 바란다. 수원 선수들도 내가 포함된 스쿼드가 좋다고 느끼고 있다. 팀에 안정감을 줄 수 있다고도 자신한다.

- 수원 응원가 중 ‘이 사랑에 후회는 없다’는 말이 있다. 데얀에게 있어, ‘이 선택에 후회는 없는지’를 묻고 싶다.

조금이라도 후회했다면 수원을 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내게 선택지는 많았다. 중국, 일본, 태국 등에 충분히 갈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자신이 있었다. 지난 시즌에도 좋은 기록을 냈다. 경기장에서 그것을 증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원은 그 점에서 내게 존중을 보여줬다. 누가 올바른 결정을 했는지 두고 볼 일이다. 


저작권자 © 인터풋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