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정지훈 기자= 12분의 작심 발언. 최근 챔피언스리그 탈락으로 많은 비난을 받고 있는 주제 무리뉴 감독이 12분간의 작심 발언으로 자신의 입장을 전했고, 반전을 약속했다. 무리뉴 감독의 말대로 그에게는 시간과 믿음이 필요하다.

무리뉴 감독이 이끄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14일 새벽 4시 45분(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에 위치한 올드 트래포드서 열린 세비야와 2017-18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16강 2차전서 1-2로 패했다. 이로써 맨유는 1,2차전 합계 1-2로 세비야에 밀려 8강 진출에 실패했다.

충격적인 패배였다. 최근 기세가 좋았던 맨유지만 세비야를 상대로는 또 약점을 드러냈다. 슈팅 숫자에서 세비야에 17-21로 밀렸고, 유효 슈팅 숫자 역시 3-6이었다. 슈팅까지 가져가는 공격의 정확성이 그만큼 떨어졌다는 것이다. 여기에 안방에서 당한 패배라 충격은 더 컸다.

맨유와 무리뉴 감독을 향한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맨유의 탈락은 특별하지 않다”며 실언한 무리뉴 감독에게 비난이 집중되고 있지만 선수들도 빗겨가지 못했다. 특히 새로운 ‘No.7' 산체스의 부진이 아쉬웠고, 영국 현지에서는 산체스에게 최저 평점을 부여하며 혹평했다.

# ‘작심 발언’ 무리뉴 감독, 맨유의 유산 언급하며 ‘반전 약속’

무리뉴 감독 입장에서는 반전의 계기가 필요했다. 세비야전 경기 기자회견에서 ‘실언’한 이후 맨유 팬들에게 맹비난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불과 1년 전 영웅이었던 무리뉴 감독이 역적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무리뉴 감독은 공식 기자회견에서 작심한 듯 자신이 써온 것을 격양된 목소리로 읽었고, 자신을 향한 비난에 정면 반박했다. 무리뉴 감독은 무려 12분 동안 혼자 말했고, 모든 사람들은 무리뉴 감독의 작심 발언을 주의 깊게 들었다.

무리뉴 감독은 “내 포르투갈은 거의 완벽하지만 영어는 아주 완벽하지는 않다. 그래도 내가 말하고 싶은 단어를 그대로 번역하면 ‘축구 유산(football heritage)’이라는 말이 있다. 감독은 새로운 팀을 맡을 때 팀의 유산을 물려받게 되는데 맨유에서도 마찬가지다. 맨유가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한 것은 10년 전 일이고, 이후에도 맨유는 계속해서 탈락하거나, 아예 유럽 무대에 진출하지 못했다”며 작심한 듯 입을 열었다.

이어 무리뉴 감독은 “맨유가 챔피언스리그 무대로 돌아온 것은 2017년이다. 나와 함께 유로파리그 우승을 하면서 맨유는 돌아왔다. 그리고 맨유는 조별리그에서 18점 중 15점을 획득하며 조 1위로 16강에 진출했지만 결과는 안방에서 탈락했다. 아쉬운 일이지만 맨유는 지난 7년 간 4명의 감독을 선임했고, 한 번은 아예 본선 진출에 실패했고, 두 번은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이것이 내가 물려받은 맨유의 축구 유산이다”고 설명했다.

무리뉴 감독이 말하고 싶었던 것은 바로 맨유의 최근 성적이다. 과거 맨유는 분명 전성기를 누리며 세계 최고의 클럽이었지만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은퇴한 후에는 최고와는 거리가 멀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자신이 와서 맨유를 챔피언스리그 무대로 올려놨고, 폴 포그바, 로멜루 루카쿠,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등 세계적인 선수들이 자신과 함께 들어왔기 때문에 아직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대해 무리뉴 감독은 “리그도 마찬가지. 맨유가 우승을 차지한 것은 2013년이고, 이후 4년간 최고 성적이 4위다. 이것이 맨유의 역사이다. 맨시티는 7년간 최악의 성적이 4위고, 두 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선수 구성도 다르다. 맨시티에는 데 브라위너, 실바, 아구에로 등이 있지만 맨유는 아니다. 그러나 내 후임은 루카쿠, 마티치, 데 헤아라는 유산을 받게 된다”고 덧붙였다.

# 무리뉴 감독에게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맨유라는 거대한 클럽을 리빌딩 하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나마 챔피언스리그 등 수많은 우승컵을 들어 올린 무리뉴 감독이 맨유의 지휘봉을 잡았기에 첫 시즌부터 우승컵을 두 개나 들어 올릴 수 있었다. 사실 이번 시즌 성적도 아주 나쁘지는 않다. 챔피언스리그에서 탈락이 아쉽지만 디펜딩 챔피언 첼시도 떨어졌고, 토트넘도 마찬가지다. 반대로 리그에서는 2위를 유지하며 첼시, 토트넘, 리버풀, 아스널보다는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있기에 맹비난을 받을 정도의 성적은 아니다.

물론 무리뉴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엄청난 이적료를 사용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선수들을 데리고 새로운 조합을 만드는 데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고, 팬들의 믿음과 기다림이 필요한 시점이다.

무리뉴 감독 역시 자신감을 드러내며 “나는 비난을 들었다고 해서 도망치거나, 사라지지 않는다. 울지도 않는다. 책임감이 두렵지 않고, 나는 다음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20세 때 나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지금은 내가 돼있다. 나는 내가 한 일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비록 최근 10개월 동안 우승컵이 없지만 이 사이 리버풀, 첼시를 제압했다”고 말했다.

이어 무리뉴 감독은 “맨유 선수들은 엄청난 기대와 압박에 대해 대처할 수 있어야 하고, 살아남아야 생존할 수 있다. 맨유 선수들은 더 성장해야 한다”며 맨유 선수들의 발전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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