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정지훈 기자= 조금은 이기적인 ‘드리블러’ 에릭 라멜라, 루카스 모우라가 동시에 투입되면 최전방에 위치한 손흥민의 장점이 죽는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준 한판이었다.

토트넘 훗스퍼는 17일 오후 9시 15분(한국시간) 영국 웨일즈 리버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완지 시티와 2017-18 잉글랜드 FA컵 8강전에서 에릭센의 맹활약에 힘입어 3-0 완승을 거두며 준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한국 축구의 아이콘인 손흥민과 기성용이 동시에 선발 출격하며 코리안 더비가 성사됐다. 손흥민은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해 해리 케인을 대신했고, 기성용은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했다. 경기 전 훈훈한 장면이 연출됐다. 경기를 앞두고 터널에서 만난 손흥민과 기성용이 활짝 웃으며 포옹을 나눴고, 경기장 위에서도 인사를 나누며 훈훈한 장면을 만들었다.

그러나 경기 자체는 일방적이었다. 손흥민을 최전방에 두고 2선에 에릭센, 라멜라, 모우라를 투입한 토트넘이 경기 초반부터 공세를 퍼부으며 완벽하게 주도권을 잡았다. 토트넘은 강력한 압박, 정교한 패싱력을 바탕으로 찬스를 만들었고, 전반에만 에릭센, 라멜라의 연속골로 앞서갔다.

손흥민도 찬스를 만들었다. 전반 23분 중원에서 연결된 볼을 손흥민이 감각적으로 트래핑 해 날카로운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지만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았다. 이후 비디오 판독이 이뤄졌지만 판정은 바뀌지 않았다.

손흥민의 움직임은 나쁘지 않았다. 최근 4경기에서 무려 7골 1도움을 기록하고 있었기에 컨디션도 좋았고, 최전방도 그리 어색하지 않았다. 그러나 문제는 따로 있었다. 이날 2선에 투입된 라멜라와 모우라의 공격 전개 방식이 손흥민의 장점을 살리지 못했다.

좌우 측면 공격수로 출전한 라멜라와 모우라는 측면에서 상대 수비를 흔들어 패스를 연결하기보다는 드리블 돌파로 중앙 침투해 슈팅하는 상황을 자주 연출했다. 전반에 나온 라멜라의 골도 손흥민과 패스를 주고받으면 더 쉽게 찬스를 만들 수 있었지만 라멜라는 발바닥 컨트롤에 이은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득점에는 성공했지만 팀 플레이에서는 아쉬웠다.

모우라도 마찬가지. 이번 겨울 이적 시장에서 토트넘의 유니폼을 입었지만 선발 경쟁에서 밀린 모우라가 모처럼의 기회에서 공을 자주 끄는 모습이 보였다. 패스를 해야 할 때 슈팅을 했고, 계속된 드리블로 템포를 끊었다.

두 명의 드리블러가 있다 보니 손흥민은 고립됐다. 오히려 후반에 요렌테가 들어오고 손흥민이 측면으로 빠지자 더 찬스가 많아졌고, 손흥민의 장점도 살아났다.

결국 라멜라와 모우라의 동시 선발 투입은 손흥민의 장점을 오히려 죽이는 결과를 만들었다. 만약 스완지가 아닌 강팀이었다면 더 답답한 경기가 됐을 것으로 보이고, 이런 이유로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새로운 조합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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