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아산] 이명수 기자= U-20 월드컵 최고의 명승부를 꼽으라면 한국과 세네갈의 8강전이 아닐까. 무려 7번의 비디오 판독(VAR)과 5번의 판정 번복 끝에 웃은 팀은 한국이었다. VAR이 들었다 놨다 하던 순간을 겪은 오세훈은 당시 승부차기 기억을 떠올렸다.

# 광연이가 가운데로 차라더라고요

오세훈은 팀의 다섯 번째 키커로 나섰다. 선축 팀이었던 한국이 넣고, 후축 세네갈이 넣지 못하면 한국의 승리로 마무리되는 상황. 하지만 오세훈의 킥은 세네갈 골키퍼 선방에 막히고 말았다.

”페널티킥 막히고 ‘졌잘싸’라고 하지 않나. ‘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이)광연이가 막아주겠지’라는 믿음이 들던 찰나에 VAR 판독이 이뤄졌고, 다시 차게 됐다“

오세훈은 천금같은 기회를 다시 한 번 받았다. ”다시 차라는 신호를 받자마자 가운데로 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던 오세훈은 ”광연이가 공 주워 오면서 ‘가운데로 차는 것이 낫겠다’라는 말을 해줬다. 골키퍼의 조언이 컸다. 광연이의 경험인 것 같다“고 말했다.

오세훈의 생각대로 가운데를 겨냥한 슈팅은 시원하게 골망을 갈랐고, 세네갈의 마지막 키커가 실축하며 한국은 36년 만의 4강 진출에 성공했다.

연이은 선방 퍼레이드로 ‘빛광연’에 등극한 이광연에 대해 묻자 오세훈은 ”화면에 나오는 이미지가 전부이다. 많이 웃고 밝다“면서 ”하지만 이상하게 경기 전에는 긴장을 많이 한다. 밥 먹을 때도 긴장한다. 긴장하고 있는 와중에 제가 긴장을 풀라는 의미로 항상 놀린다“고 설명했다.

오세훈은 팀의 분위기메이커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닌 모두가 ‘분위기메이커’라고 강조했다. 오세훈은 ”우리는 원 팀이다. 때문에 좋은 분위기가 나왔다. 이런 분위기는 이 팀이 지속된 지난 2-3년 동안 계속 이어져오던 것이다“면서 ”(최)민수도 생각보다 한국어를 많이 이해한다. 한국에서 요리사님이 오셔서 한식을 조리해주셨는데 한식을 먹으면서 한국 문화를 많이 알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 이강인은 막내 형, 황태현은 진짜 형

정정용호의 주장은 황태현이다. 황태현은 듬직하고 차분한 성격을 갖고 있다. 때문인지 기자들 사이에서도 황태현과 인터뷰를 하고 나면 ‘다 큰 어른 같다’는 평이 나오곤 한다.

오세훈은 황태현에 대해 ”형 역할을 잘한다. 주장 역할도 잘했다. 하지만 너무 진지해서 우리가 가끔 놀리곤 한다. 예능 프로그램도 같이 나가는데 태현이형은 편집을 많이 당할 것 같다“고 소개했다.

진짜 형이 있다면 막내 형 이강인도 있다. 18세 이강인은 항상 파이팅 넘치는 구호로 대표팀에 힘을 불어 넣었다. 때문에 이강인에게는 ‘막내 형’이란 별명이 붙었다.

오세훈은 ”강인이는 경기장 안에서 말이 굉장히 많다. 경기전에 저희는 조용히 몸 푸는데 강인이는 워밍업하면서도 계속 ‘집중하자’ ‘지면 후회 한다’ 그런 말을 많이 한다“면서 ”스페인어권 팀들과 경기할 때는 상대 선수들에게 말도 많이 한다. 스페인어권 주심에게 항의도 많이 했다. (그럼 오세훈 선수는?) 저는 영어로 했다(웃음)“고 덧붙였다.

막내 형 이강인의 ‘최애 인형’이라 붙은 인물이 있다. 바로 임재훈 전력분석관이다. 이강인은 임재훈 분석관만 보면 졸졸 쫓아다니는 모습. 오세훈은 ”분석관 선생님이 저희 말을 잘 들어주신다. 특히 생활적인 면에서 말을 잘 들어 주신다. 형 같은 느낌이다“며 ”강인이가 저희에게 똑같이 장난치긴 하는데 저희는 힘들 때면 ‘힘들다’고 말한다. 그런데 분석관 선생님은 웃으면서 다 받아주신다. 그래서 좋아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 우리는 원 팀, 슈팅 좋고 빠른 루카쿠처럼 되고 싶어

오세훈이 정정용호를 소개할 때 빠짐없이 말한 수식어가 있다. 바로 ‘원 팀’이다. 모든 팀들은 ‘원 팀’을 강조하지만 원 팀이 구현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정정용호는 진정한 원 팀으로 뭉쳤고. U-20 월드컵 준우승이란 결실을 맺었다.

”U-20 대표팀 단톡방이 아직 있다. 누군가 로그아웃 하지 않는 이상 계속 이어질 것 같다. 감독님께서 원 팀이 되기 위해서는 2-3년 이상이 필요하단 말씀을 하셨다. 우리는 2-3년 동안 함께 해왔고, 원 팀이라 생각한다“

오세훈은 지난 22일, 대전과의 16라운드 홈경기에 후반 10분, 김민석 대신 교체투입 돼 그라운드를 밟았다. 날카로운 슈팅도 시도했다. 오세훈을 두고 이명주는 ”확실히 예전과는 달리 자신감이 붙어서 돌아왔다“고 평가했다.

오세훈도 동의했다. 오세훈은 ”큰 대회 다녀오고 나서 확실히 여유가 생겼다. 반박자 빠른 슈팅이었는데 그 전까지 나올 수 없는 슈팅이었다. 경기 흐름을 읽게 되고, 뒤에 선수가 있는지 없는지 상황 인식이 많이 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오세훈은 ”첫 경기 포르투갈전은 힘들었다. 후반전에 들어와서 열심히 했지만 아쉬움이 남았다. 그런데 막상 부딪혀보니 해볼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예선 첫 경기가 아니라 토너먼트나 예선 세 번째 경기에서 만났다면 해볼 만 했을 것이다“면서 ”아르헨티나전부터 자신감을 얻다보니 안 되는 것도 다 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세네갈, 에콰도르와 8강, 4강 하면서 ‘할 수 있다’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아산으로 돌아온 오세훈은 팀의 승리를 위해 다시 뛰어야 한다. 경험치를 먹고 무럭무럭 자라 돌아온 오세훈은 아산의 큰 자산이 됐다. 오세훈은 ”주세종, 이명주 형 같이 형들의 조언을 많이 듣고 후배로서 배워야 할 것 같다“면서 ”아직 등지는 것부터 연계, 슈팅 많이 부족하다. 루카쿠처럼 슈팅도 좋고 스피드, 돌파도 빠른 단점이 없는 선수가 되고 싶은 마음이 크다. 국민들이 저를 알아봐주시는 것 자체가 영광이고 감사하다“며 발전할 것을 다짐했다.

사진 = 윤경식 기자, 임성우 PD, 대한축구협회

영상 = 임성우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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