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벤투호가 외로운 원정길에 나섰다. 취재, 응원, 중계가 모두 불허된 사상 초유의 ‘깜깜이 원정’이다. 불과 며칠 전 ‘8-0’ 대승을 거뒀던 대표팀의 경기력이 ‘원정무덤’이라 불리는 평양에서도 통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15일 오후 5시 30분, 북한 평양에 위치한 김일성경기장에서 북한과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조별리그 3차전을 치른다. 현재 대한민국은 FIFA랭킹 37위, 북한은 113위에 랭크되어있다. 남북 남자 축구대표팀이 북한에서 맞붙는 것은 1990년 10월 11일 친선 전 이후로 꼬박 29년 만의 일이다.

대한민국은 지난 10일 스리랑카와의 경기에서 ‘8-0’의 놀라운 스코어로 승리를 가져오며 예열을 마쳤다. 김신욱은 무려 4골을 몰아쳤고, 손흥민, 황희찬, 권창훈 모두 골 맛을 봤다. ‘피파랭킹 202위’ 약체와의 경기이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많은 스코어로 득점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고, 다양한 루트로 다양한 선수가 골 감각을 익혔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승리였다.

대승의 중심엔 김신욱, 황희찬. 손흥민 등 화려한 공격진들의 활약이 있었다. 이번 북한전의 관전포인트 역시 공격진들의 활약여부가 될 전망이다. 특히나 황희찬, 황의조는 소속팀에서도 괄목할만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가운데 대표팀에서도 그 활약을 이어갈 수 있을지 기대가 크다.

‘음메페’ 황희찬은 올 시즌 소속팀 레드불 잘츠부르크의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분데스리가에서 5득점 6도움,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2득점 3도움, OFB컵에서 1도움을 기록, 총 7골 10도움을 기록하며 날아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챔피언스리그에서 리버풀과 만나 반다이크를 제치고 득점한 장면은 많은 외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스리랑카전에서 벤치를 지키며 북한전 출전을 암시했던 황의조 역시 소속팀 지롱댕 보르도에서 좋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황의조는 지난 6일 프랑스 리그1 툴루즈와의 경기에서 대포알 슛으로 골망을 흔들며 팀의 승리를 이끈 바 있다.

상대팀 북한의 눈여겨 볼 선수는 한광성이다. 한광성은 이탈리아 세리에A의 유벤투스 23세 이하 팀에서 뛰고 있는 북한의 기대주로, 빠른 스피드와 강한 힘이 장점인 선수다. 세리에A 칼리아리에서 뛰다 지난 9월 유벤투스로 2년 임대 이적한 한광성은 유벤투스 2군에서 뛰며 아직은 뚜렷한 활약을 보여주진 못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 선수 최초로 유럽 빅클럽으로 가는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북한 축구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한국은 북한을 객관적인 전력에서 크게 앞서고 있다. 하지만 북한과의 경기는 객관적인 지표로 쉽게 예측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경기장 밖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남북경기라는 특성과 원정경기의 경우, 전자기기나 책 등 반입할 수 없는 물건이 많아 선수들의 편의가 제한된다는 점, 김일성경기장이 천연잔디가 아닌 인조잔디를 사용한다는 점 등 선수들의 주변 환경이 평소와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나 이번 원정은 우리 응원단과 취재진, 중계방송 모두 제한된 사상 초유의 ‘깜깜이 원정’이라는 점에서 부담의 가중이기도 하다.

그러나 언제나 그랬듯 경기의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인 요소는 ‘정신력’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호랑이 굴로 들어가는 벤투호가 전술적 준비에 기반 한 자신감으로 부담감만 잘 추스를 수 있다면 안방에서의 북한도 무너뜨리지 못할 건 없다.

치열한 경기가 예상되는 가운데, 대한민국의 승리가 예상된다. 승부예측을 즐기는 스포츠 게임 ‘스포라이브(SPOLIVE)’ 데이터에 따르면 북한과의 역대 전적에서 한국이 7승 8무 1패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객관적인 전력 역시 크게 앞선다. 최근 북한이 14년간 홈에서 패배를 맛본 적이 없다는 점이 변수이긴 하나, 북한 원정을 나서는 다른 나라들과 한국의 상황은 많이 다르다. ‘남북경기’라는 특별한 이벤트인 만큼 한국 역시 승리를 향한 동기부여가 강하다는 이야기다. 다가오는 북한 원정, 대한민국의 승리가 점쳐지는 이유다.

글=스포라이브 기자단 ‘스포터 1기’ 신지혜

사진=대한축구협회, 스포라이브 데이터 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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